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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질 듯, 벼락을 내리고 천둥소리를 울리고 하며 비가 내리더니 며칠 잘 마른 거리 구석구석을 살짝 적시고는 끝났다. 구름은 황급히 자리를 비키고 해가 햇살을 도로 부었다. 처마 밑에 잠깐 숨었던 사람들이 툭툭 빗방울을 털어내며 거리로 다시 쏟아져나왔다. 빗소리만 아득했던 거리가 다시 사람이 만들어내는 높고 낮은 소리들로 가득 찼다. 을지로에 있는 한의원에 들렀다 명동에서 저녁을 먹고, 청계천을 거슬러 광화문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유행한다는 신종플루는 TV 속 이야기일 뿐인지 거리마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마스크를 한 사람은 커녕 앞으로 뒤로 갓난아기를 안고 업은 젊은 엄마아빠들도 여럿 보였다. 새로 생긴 세종로 광장 분수대는 차가와진 공기를 아랑곳 않고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분수대 바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의 표정은 모두 평화로웠다. 그길로 씨네큐브까지 걸어서 <황금시대>를 보고 왔다. 전주국제영화제 1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돈'을 주제로 한 10편의 단편영화들. 영화에서 10분씩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을 기회를 가진 감독들은 저마다 '돈'에 대해 접근과 풀이가 다른 각각의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돈은 지폐나 동전의 형태로 구체적이고 물질적으로 고정된 상을 가졌으되, 교환의 대상이나 교환의 체계와 같이, 항상 그 상 너머의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돈의 실체는 돈 너머에 있고, 지갑 속에서 우리가 매일 꺼내고 넣는 그 '돈'은 사실은 정말 돈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돈 자체가 교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추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말 돈은 어디에 있고, 과연 무엇인가. 실체적 진실, 혹은 하나의 상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전방위적인 관찰을 통해 얻어진 단편적인 진실들을 서로 교차시킨다. <황금시대> 역시 돈에 대한 열 가지 관찰을 통해 돈이라는 추상 너머의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는 돈을 등장시키되, 돈을 매개로 벌어지는 단편적인(그러나 충분히 극적인) 사건에 천착해 돈이라는 매개 자체, 결과적으로는 자본의 세계 자체를 추궁한다. 단편들의 구성은 명민하다. 영화는 파멸과 파국('불안', '동전 모으는 소년', '담뱃값'), 소외와 공포('가장 빨리 달리는 남자','톱')로 점철된 돈의 세계를 차갑게 응시하고는, 상상력과 풍자를 통해 절망으로의 섣부른 편입을 경계하고('유언', '시트콤', '신자유청년')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르는 화해와 해방('백 개의 못 사슴의 뿔')의 경지까지를 모색한다. 특히 인상 깊게 본 이송희일의 <불안>에서 남편에게 배신당했다고 믿는 아내는 '믿을 수가 없어'라고 오열하며 내리막길을 비틀거리며 내려온다. 기를 쓰고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는 우리들의 말로가 그와 다르지 않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MB 먹구름이 돈비를 내려준다고 하늘을 가리운지 한참, 돈가뭄에 시원한 소나기를 바랬던 사람들은 하나 둘, 먹구름에 막힌 파란 하늘을 도로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 빈 하늘에서는 돈은 내리지 않아도 햇살은 쏟아지기 때문이다. 슬슬 처마 밑에서 기어 나와서 뭘 하고 '먹고 살지' 함 생각이나 해봐야겠다. 어디까지나 생각은 공짜니까, 에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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